1990년대 초,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화성 등 먼 우주를 탐사할 무인 탐사선에 탑재할 새로운 카메라 기술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우주선에 싣는 장비는 무게가 가벼워야 하고 배터리 소모가 극도로 적어야 했는데, 당시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지배하던 CCD(전하결합소자) 센서는 화질은 뛰어났지만 크기가 크고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센서 주변에 복잡한 구동 회로를 따로 붙여야 해 우주선에 실을 만큼 작게 줄이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NASA의 물리학자이자 엔지니어인 에릭 포섬(Eric Fossum) 박사 연구팀이 혁신적인 센서를 발명해 냈습니다. 바로 일반 컴퓨터 칩을 만드는 표준 반도체 공정(CMOS)을 그대로 활용한 CMOS 액티브 픽셀 센서(CMOS APS) 였습니다. 각 픽셀마다 신호를 증폭하는 회로를 직접 심고 이미지 처리 장치까지 단 하나의 칩에 모두 집어넣는 ‘카메라 온 어 칩(Camera-on-a-chip)’ 개념을 구현한 것입니다. 덕분에 기존 CCD 센서보다 전력 소모를 최대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카메라 모듈의 크기를 동전보다 작게 축소할 수 있었습니다.
우주선용으로 개발된 이 초소형 센서는 곧바로 민간 기술로 이전되었습니다. 포섬 박사는 1995년 ‘포토빗(Photobit)’이라는 벤처 회사를 설립해 상용화에 나섰는데, 초기에는 전통 카메라 업계로부터 “화질이 떨어지고 노이즈가 심하다”는 냉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모바일 기기 혁명이 시작되면서 판도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손톱만 한 크기와 적은 배터리 소모, 저렴한 대량 생산이라는 CMOS의 강점이 휴대폰에 카메라를 넣으려던 제조사들의 갈증을 완벽하게 해소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센서 뒷면으로 빛을 받아들이는 BSI(이면조사형) 기술과 적층형 반도체 공정 등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더해지면서 CMOS 센서는 약점이었던 화질까지 CCD를 압도하게 되었습니다. 우주 탐사선의 무게를 1그램이라도 줄이기 위해 개발되었던 NASA의 초소형 카메라 기술이, 오늘날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주머니 속에서 일상을 기록하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심장으로 진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