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중반, 미 항공우주국(NASA)은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릴 때 우주비행사들이 겪는 극심한 중력가속도(G-force)와 충격을 완화할 혁신적인 좌석 완충재를 필요로 했습니다. 로켓 발사 시 신체에 가해지는 거대한 압력을 분산시켜 비행사를 보호하기 위해, 항공 공학자 찰스 요스트(Charles Yost)를 비롯한 에임스 연구센터 팀이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체온과 몸무게에 반응해 신체 굴곡을 빈틈없이 감싸 안으면서도 압력이 사라지면 서서히 원래 형태로 복원되는 특수한 점탄성(Viscoelastic) 폴리우레탄 폼, 즉 초기의 ‘템퍼 폼(Temper Foam)’이 탄생했습니다.
이 소재는 비행사들의 신체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었지만, 제조 공정이 매우 까다롭고 단가가 비싸 오랫동안 우주선과 특수 항공기 좌석에만 제한적으로 쓰였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 초 NASA가 이 기술을 민간에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상용화의 길이 열렸습니다. 스웨덴의 파게르달라(Fagerdala)사와 덴마크 연구진은 약 10년에 걸친 끈질긴 연구 끝에 이 우주 기술을 대량 생산이 가능한 침구용 소재로 개량해 냈고, 마침내 1991년 최초의 상용 메모리폼 브랜드인 템퍼(TEMPUR) 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출시 초기에는 높은 가격 탓에 일반 대중보다는 의료 분야에서 먼저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켜 특정 부위에 피가 통하지 않아 생기는 욕창을 막아주고 척추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탁월했기 때문에, 장기 입원 환자용 침대나 휠체어 방석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뛰어난 압력 분산 효과가 의료 현장에서 입증되자 점차 일반 매트리스와 베개 시장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확산되었고, 오늘날에는 운동화 깔창과 헬멧 내장재, 자동차 시트에 이르기까지 일상 곳곳에서 흔히 쓰이는 대표적인 완충재로 자리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