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 최대의 제약·바이오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화이자의 출발점은 1849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붉은 벽돌 공방이었습니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사촌 형제이자 화학자였던 찰스 파이저(Charles Pfizer) 와 제과 기술자 찰스 에르하르트(Charles F. Erhart) 가 2,500달러를 투자해 ‘찰스 파이저 앤 컴퍼니’를 설립했습니다. 이들의 첫 히트 상품은 당시 흔했던 장내 기생충 치료제 ‘산토닌(Santonin)’ 이었습니다. 지독하게 쓰던 산토닌에 에르하르트의 제과 기술을 접목하여 아몬드 토피 사탕 맛을 입힌 당의정 형태로 개량하자,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획기적인 약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화이자는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 요오드(소독제), 모르핀(진통제), 클로로포름(마취제) 등 야전 필수 의약품을 대량 공급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1919년에는 곰팡이로 당을 발효시켜 탄산음료와 가공식품의 핵심 원료인 구연산(Citric Acid) 을 대량 생산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독보적인 ‘심층 탱크 발효 기술’은 훗날 인류를 구원하는 결정적 열쇠가 되었습니다.
화이자가 글로벌 제약 거인으로 우뚝 선 결정적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페니실린의 대량 생산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던 연합군을 돕기 위해, 화이자는 막대한 수익을 내던 구연산 생산 라인을 전면 중단하고 페니실린 심층 발효에 모든 설비를 투입하는 도박을 감행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 최초로 페니실린의 대량 생산에 성공했고,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부상병들에게 보급된 페니실린의 대부분을 화이자가 공급하며 수많은 생명을 살려냈습니다. 전후 화이자는 우연한 발견으로 탄생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Viagra) 와 세계적인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Lipitor)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세계 1위 제약사로 도약했습니다.
사탕 맛을 입힌 작은 구충제 공방에서 출발한 화이자는, 전장의 포화 속에서 일궈낸 발효 기술 혁신과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거쳐 인류의 수명 연장과 감염병 퇴치를 선도해 온 현대 의약 역사의 거대한 산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