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 (Fanta) Leave a comment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코카콜라는 독일 시장에서 연간 수백만 상자가 팔려나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39년 전쟁이 터지고 1941년 미국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연합군의 대독 무역 봉쇄 조치가 단행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독일 코카콜라 지사는 미국 본사로부터 핵심 원료인 비밀 농축 시럽을 전혀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고, 음료 생산이 전면 중단되어 지사 전체가 도산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렸습니다.

독일 지사장이었던 막스 카이트(Max Keith) 는 공장 가동을 유지하고 회사를 지키기 위해 전시 상황에서 구할 수 있는 잔여 부산물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대체 탄산음료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치즈를 가공하고 남은 맑은 액체인 유청(Whey) 과 사과 와인을 압착하고 남은 사과 찌꺼기(사과박), 그리고 설탕 배급제를 피해 확보한 사탕무 당액을 배합해 톡 쏘는 탄산음료를 완성했습니다. 온전한 과일 원액조차 구하기 어렵던 전란 속에서 버려지던 음식 찌꺼기들을 조합해 탄생시킨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음료의 이름을 정하는 사내 회의에서 카이트는 직원들에게 “상상력(독일어로 Fantasie, 판타지)을 마음껏 발휘해 보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자 영업사원 조 킵(Joe Knipp)이 즉석에서 “환타(Fanta)!” 라고 외쳤고, 부르기 쉽고 경쾌한 이 단어가 정식 명칭으로 낙점되었습니다. 물자 부족에 시달리던 전시 독일에서 출시된 환타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음료수로서뿐만 아니라 단맛이 부족했던 당시 가정에서 설탕 대용 요리 조미료나 수프 감미료로 쓰일 정도로 필수 생필품 대접을 받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 코카콜라 본사는 막스 카이트가 지켜낸 공장과 환타의 상표권을 정식으로 인수했습니다. 이후 1955년 이탈리아 지사에서 나폴리산 감귤류를 원료로 활용해 오늘날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오렌지 맛 환타’를 선보이며 글로벌 탄산음료 브랜드로 재도약했습니다. 전쟁의 무역 봉쇄와 원료 고갈이라는 극단적인 위기 속에서 남은 찌꺼기 재료로 태어난 환타는, 상상력 하나로 위기를 돌파해 낸 제과·음료 역사상 가장 기발한 역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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