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스 (청바지) Leave a comment

1849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일대에 금광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골드러시(Gold Rush)’ 열풍은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광산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거친 암석과 진흙탕 속에서 온종일 무릎을 꿇고 금을 채굴하던 광부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며칠만 입어도 금세 해어지고 찢어지는 바지였습니다. 독일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천막과 덮개용 직물을 팔던 청년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는 이 광부들의 고충에 주목하여, 쉽게 찢어지지 않는 질긴 텐트용 캔버스 천과 데님 직물로 튼튼한 노동용 바지를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원단이 질겨도 광부들이 무거운 원석과 도구를 주머니에 쑤셔 넣다 보면 주머니 모서리와 가랑이 솔기가 쉽게 뜯어지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이 난제를 해결한 주인공은 네바다주에서 일하던 재단사 제이콥 데이비스(Jacob Davis) 였습니다. 그는 말 안장이나 마차 덮개를 고정할 때 쓰던 작은 구리 쇠못, 즉 ‘리벳(Rivet)’ 을 바지 주머니 양 모서리와 압력을 많이 받는 봉제선에 박아 넣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특허 출원 비용이 부족했던 데이비스는 원단을 납품해 주던 리바이 스트라우스에게 동업을 제안했고, 1873년 5월 20일 두 사람은 ‘주머니 보강용 리벳 바지’의 특허를 공동 취득하며 오늘날 우리가 아는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Levi’s)’ 의 전설적인 501 모델의 원형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청바지의 상징인 ‘데님’과 ‘진’이라는 이름 역시 오랜 무역의 역사 속에서 유래했습니다. 능직으로 촘촘히 짠 질긴 직물을 뜻하는 데님(Denim) 은 프랑스 남부 님(Nîmes) 지방의 특산 직물인 ‘세르주 드 님(Serge de Nîmes, 님 지방의 모직물)’에서 줄어든 말이며, 진(Jeans) 은 이탈리아 제노바(Genoa)의 선원들이 입던 질긴 바지를 가리키던 프랑스식 지명 ‘젠(Gênes)’의 발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여기에 뱀과 독충을 쫓는 천연 방충 효과가 있고 흙먼지 오염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짙은 푸른색 인디고(Indigo) 염료로 원단을 염색하면서 상징적인 ‘블루진(Blue Jeans)’이 완성되었습니다.

초기 반세기 동안 광부, 철도 노동자, 카우보이들의 거친 작업복(웨이스트 오버롤)으로만 여겨지던 청바지는 1950년대에 이르러 거대한 문화적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과 《위험한 질주》의 말론 브란도,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하면서 기성세대의 엄숙주의에 저항하는 청춘의 자유와 젊음의 상징으로 급부상한 것입니다. 이후 1970년대 디자이너 패션 런웨이에 진출하며 성별과 신분을 초월한 대중 패션으로 진화했습니다. 흙먼지 날리는 광산의 찢어진 주머니를 튼튼하게 고치려던 소박한 지혜에서 출발한 청바지는, 오늘날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입는 가장 민주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불멸의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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