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크로 (Velcro) Leave a comment

1941년 어느 날, 스위스의 엔지니어 조르주 드 메스트랄은 반려견과 함께 알프스 산속을 산책하다가 흥미로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바짓가랑이와 개 털에 우엉 열매 가시가 잔뜩 엉겨 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호기심이 동한 그는 이 가시를 떼어내 현미경으로 관찰했고, 열매 끝에 달린 수백 개의 미세한 갈고리(Hook) 가 옷감이나 동물 털의 느슨한 고리(Loop) 체인에 단단히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는 이 구조를 섬유로 재현해 낸다면 지퍼나 단추가 필요 없는 획기적인 체결 장치를 만들 수 있겠다고 직감했습니다.

아이디어는 명쾌했지만, 이를 상업적인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직물로 미세한 갈고리를 일일이 균일하게 만들어내는 작업이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8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연구에 매달렸고, 결국 당시 새롭게 발명된 신소재인 나일론에 열을 가해 형태가 유지되는 갈고리와 고리를 짜내는 제조 기법을 완성해 1955년 마침내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발명품은 프랑스어로 벨벳을 뜻하는 벨루어(Velours) 와 갈고리를 뜻하는 크로셰(Crochet) 의 앞 글자를 합쳐 벨크로(Velcro)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야심 차게 시장에 나온 벨크로는 출시 초기만 해도 촌스럽고 싸구려 같다는 이유로 대중과 패션 업계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아폴로 우주 프로젝트에 이를 전격 도입하면서 상황은 180도 뒤바뀌었습니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 내에서 도구나 음식 파우치가 떠다니지 않게 벽면에 고정하고, 두꺼운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우주복이나 장비를 쉽게 입고 벗을 수 있게 해주는 완벽한 해결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주비행사들이 벨크로를 사용하는 모습이 전 세계 TV를 통해 생중계되자 벨크로는 단숨에 ‘최첨단 우주 기술’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얻게 되었고, 이후 아동용 운동화와 스키복, 의료 용품 등 우리 일상 곳곳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대중화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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