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花鬪, Hwatu) Leave a comment

명절이나 모임에서 특유의 경쾌한 손맛과 타격감으로 즐기는 화투의 뿌리는 16세기 대항해시대 포르투갈 선원들이 일본에 전파한 서양의 트럼프형 카드놀이 ‘카르타(Carta)’ 에서 출발했습니다.

16세기 중엽 규슈 지역에 상륙한 포르투갈 상인들을 통해 서양 카드가 전해지자 일본 전역에서 폭발적인 도박 열풍이 불었습니다. 사회적 혼란을 우려한 에도 막부는 카르타를 엄격히 금지하고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이에 카드 장인과 서민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숫자와 알파벳, 서양식 상징을 모두 지우고, 대신 1월(솔)부터 12월(비)까지 열두 달의 사계절 풍경을 담은 화초와 동물, 풍속화를 정교하게 그려 넣은 카드를 고안해 냈습니다. 단속반이 들이닥쳐도 도박용 카드가 아니라 단순한 ‘풍류 그림 패’라고 둘러대기 위한 위장술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꽃 패’를 뜻하는 일본의 ‘하나후다(花札, 화찰)’ 였습니다.

하나후다는 19세기 말 개항기 무렵 쓰시마섬의 상인과 뱃사람들을 통해 부산항을 거쳐 한반도로 전래되었습니다. 한국으로 건너온 이 패는 ‘꽃들의 싸움’이라는 뜻의 ‘화투(花鬪)’ 라는 고유한 이름으로 정착했습니다. 한국인들은 종이 재질의 패를 두껍고 단단한 플라스틱(아크릴) 재질로 개량하여 담요 위에 패를 짝 소리 나게 내리치는 특유의 손맛을 극대화했습니다. 또한 민화투와 섯다를 거쳐 1970년대 이후에는 판세의 역전과 심리전이 극대화된 독창적인 규칙의 ‘고스톱(Go-Stop)’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도박 금지령을 피하려던 에도 시대 장인들의 번뜩이는 눈속임 그림에서 출발한 화투는, 서양의 카드 시스템과 동양의 화조화(花鳥畫)가 결합하고 한반도의 역동적인 승부 호흡이 더해지며 수 세대를 아우르는 독특한 대중 오락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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