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Baduk, Go) Leave a comment

흑과 백의 돌로 가로세로 19줄, 361개 교차점 위에 무한한 우주를 펼쳐내는 바둑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심오한 추상 전략 보드게임입니다. 바둑의 기원에 대해서는 기원전 2300년경 고대 중국의 성왕인 요(堯)임금이 어리석고 품행이 바르지 못한 아들 단주(丹朱)의 마음을 다스리고 지혜를 깨우치기 위해 발명했다는 ‘요조위기(堯造圍棋)’ 설화가 가장 널리 전해집니다. 네모난 반상(땅) 위에 둥근 돌(하늘)을 놓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세계관과 흑백의 음양 조화를 담아낸 바둑은 고대 동양의 천문학, 역학, 통치 철학이 집약된 도구였습니다.

바둑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동양 사대부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예술인 ‘금기서화(琴棋書畵: 거문고·바둑·서예·그림)’ 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상대를 속이지 않고 정면으로 지략을 겨루며, 살을 주고 뼈를 깎는 사활(死活)과 형세 판단을 겨루는 과정은 손자병법을 능가하는 최고의 군사 전략 훈련으로 통했습니다. 삼국시대 백제 개로왕이 고구려 승려 도림의 바둑 꾐에 빠져 나라의 위기를 맞았던 일화처럼, 바둑은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치열한 지략 대결의 무대였습니다.

바둑판 위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유효한 국면(돌의 배치)의 수는 약 10¹⁷⁰가지로, 이는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의 모든 원자 수(약 10⁸⁰개)보다 아득히 많습니다. 게임이 진행될 수 있는 전체 수순의 경로(경우의 수) 역시 10³⁶⁰가지 이상에 달해 오랫동안 ‘인간 지성의 최후 보루’ 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천문학적 복잡성 때문에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 와 이세돌 9단의 역사적인 대국은 컴퓨터 과학과 딥러닝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고 도약시키는 결정적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어리석은 아들을 훈육하려던 고대 임금의 가르침과 심오한 동양 철학에서 출발한 바둑은, 단순한 흑백의 규칙 속에서 무한한 변화를 창조하며 4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류 지성의 깊이를 대변하는 불멸의 반상 예술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바둑판(19×19)에서 규칙상 만들어질 수 있는 ‘합법적인 바둑판 배치(국면)의 수’ 는 정확히 약 2.08 × 10¹⁷⁰가지입니다.

컴퓨터 과학과 수학에서 계산된 구체적인 수치와 비교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바둑판의 착수 가능한 국면 수 (State-space complexity): 약 10¹⁷⁰가지
    • 2016년 네덜란드의 컴퓨터 과학자 존 트롬프(John Tromp) 연구팀이 바둑 규칙상 유효한 판의 배치가 약 2.08 × 10¹⁷⁰개임을 수학적으로 엄밀히 계산했습니다.
  •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의 원자 수: 약 10⁸⁰개
    •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모래알, 행성, 별의 원자를 다 합친 수(약 10⁸⁰개)보다 바둑판 한 장에 돌이 놓이는 경우의 수(약 10¹⁷⁰개)가 아득히 많습니다.
  • 체스의 가능한 국면 수: 약 10⁴⁷가지
    • 체스 역시 복잡하지만 바둑에 비하면 경우의 수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 실제 한 판의 바둑이 진행될 수 있는 총 경우의 수 (Game-tree complexity): 약 10³⁶⁰ ~ 10⁷⁰⁰가지 이상
    • 단순히 돌이 놓인 정지된 그림이 아니라, 1수부터 마지막 수까지 게임이 흘러갈 수 있는 모든 수순의 경로를 합치면 무려 10³⁶⁰가지를 가볍게 넘어섭니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 때문에 컴퓨터가 모든 수를 계산(무차별 대입)하는 방식이 불가능했고, 알파고가 등장하기 전까지 바둑이 인공지능이 넘기 힘든 마지막 벽으로 꼽혔던 이유입니다.


10⁷⁰⁰은 숫자 1 뒤에 0이 700개 붙는 701자리의 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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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골 (Googol, 10¹⁰⁰): 1 뒤에 0이 100개 붙는 수로, 10⁷⁰⁰은 구골을 7번 곱한 크기(Googol⁷)입니다.
  • 무량대수 (10⁶⁸): 동양 전통 숫자 단위 중 가장 큰 수인 무량대수보다도 0이 632개 더 많습니다.
  • 우주 전체 원자 수 (약 10⁸⁰개):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의 원자 수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큰 수학적 개념의 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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