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의학사와 제약업계의 판도를 바꾼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원래 심장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되던 실패작에서 출발한 대표적인 세렌디피티(우연한 발견)의 산물입니다. 1980년대 후반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Pfizer)의 영국 샌드위치 연구소 과학자들은 심장 관상동맥을 확장하여 협심증과 고혈압을 치료할 목적으로 ‘실데나필(Sildenafil)’ 이라는 신약 물질을 합성했습니다.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 5형(PDE-5) 효소를 억제해 혈관을 이완시키고 혈류량을 늘리려는 의도였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웨일스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 실데나필은 심장의 관상동맥을 확장하는 효과가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해 신약 개발 프로젝트는 사실상 폐기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런데 임상시험이 끝난 후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남성 피험자들이 남은 약을 연구진에게 반납하기를 완강히 거부한 것입니다. 연구진이 이유를 추적한 결과, 심장에서는 미미했던 혈관 확장 반응이 음경의 해면체 혈관에서는 폭발적으로 작용하여 남성의 발기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뜻밖의 강력한 ‘부작용’이 나타났음을 확인했습니다.
화이자 연구진은 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놓치지 않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목표를 협심증 치료제에서 인류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로 180도 선회하여 재임상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하며 ‘비아그라(Viagra)’ 라는 상표명으로 세상에 출시되었습니다. 비아그라라는 이름은 활력을 뜻하는 ‘비거(Vigor)’ 와 거대한 나이아가라 폭포의 ‘나이아가라(Niagara)’ 를 결합해 강력한 생명력을 상징하도록 지어졌습니다.
출시되자마자 비아그라는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수많은 중장년층 남성들의 삶의 질을 바꾸어 놓았고, 성(性) 건강에 대한 음성적인 사회적 인식을 양지로 끌어올렸습니다. 심장병 치료제의 실패를 유심히 관찰해 위대한 발견으로 바꾼 비아그라는, 우연한 관찰과 유연한 사고가 결합해 탄생한 20세기 제약 역사상 가장 극적인 역작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