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 세계 남녀노소의 손에 들려 달콤함을 선사하는 아이스크림 콘(와플 콘)의 탄생은 1904년 미국 미주리주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루이지애나 매입 엑스포)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펼쳐진 이웃 상인 간의 기막힌 세렌디피티(우연한 협력)에서 출발했습니다.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자 박람회장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던 부스에는 장사진이 쳤습니다. 아이스크림은 불티나게 팔려나갔지만, 곧 커다란 위기가 닥쳤습니다. 손님들이 그릇을 제때 반납하지 않거나 깨뜨리는 바람에 아이스크림을 담아줄 유리그릇과 종이 접시가 완전히 바닥나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릇이 없어 몰려드는 손님들을 그저 돌려보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였습니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인물은 바로 옆 부스에서 중동식 전통 얇은 와플 과자인 ‘잘라비아(Zalabia)’를 굽던 시리아 출신 이민자 어니스트 함위(Ernest A. Hamwi)였습니다. 폭염 탓에 뜨거운 와플이 팔리지 않아 시름에 잠겨 있던 함위는 이웃의 곤경을 목격하고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그는 갓 구워낸 얇고 바삭한 와플을 재빨리 원뿔(고깔) 모양으로 둥글게 말아 아이스크림 장수에게 건네며 제안했습니다. “이 과자 고깔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팔아보시오!”
그릇째 통째로 바삭하게 씹어 먹을 수 있는 이 고깔 와플 아이스크림은 박람회장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손에 묻히지 않고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편리함은 물론, 차갑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과 고소하고 바삭한 와플의 궁합은 관람객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박람회가 끝난 뒤 함위는 와플 콘 전문 회사를 설립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했고, 아이스크림 콘은 순식간에 전 세계 디저트 문화를 뒤바꾸는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폭염 속 그릇 부족이라는 위기와 팔리지 않던 와플이 만나 빚어낸 이웃 간의 따뜻한 기지는,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혁신적인 친환경 먹거리이자 디저트의 영원한 짝꿍으로 거듭나며 백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류의 손길을 사로잡는 가장 달콤한 박람회의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