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햇빛과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한 인류의 지혜는 고대 극지방과 동양의 법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북극의 눈 덮인 빙판 위에서 생활하던 이누이트(에스키모) 족은 눈(雪)에 반사된 강렬한 자외선으로 인해 각막이 손상되는 ‘설맹증’을 막기 위해 바다코끼리 엄니나 고래 뼈, 나무에 가느다란 틈(Slit)을 길게 판 원초적인 ‘스노우 고글’을 만들어 착용했습니다. 한편 12세기 중국 송나라에서는 다른 목적의 색안경이 쓰였습니다. 당시 법정의 판관들은 재판 중에 자신의 눈빛과 표정 변화가 원고나 피고에게 읽히지 않도록 짙은 연수정(검은 수정)으로 만든 판을 눈앞에 둘러 감정을 숨기는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시력 보정이 아닌 빛을 제어하기 위한 현대적 광학 선글라스의 연구는 18세기 중반 영국의 광학자 제임스 에이스코프가 특정 시각 장애 치료를 위해 녹색과 청색 렌즈를 안경에 도입하면서 싹텄습니다. 이후 1929년, 미국의 사업가 샘 포스터(Sam Foster)가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 해변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셀룰로이드 플라스틱 테를 적용한 ‘포스터 그랜트’ 선글라스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일반 대중의 바캉스 아이템으로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고성능 차광 선글라스의 결정적인 도약은 1930년대 미 육군 항공대의 군사적 필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전투기 비행고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조종사들이 강렬한 햇빛과 고고도 자외선 때문에 극심한 눈부심과 두통, 구토에 시달렸기 때문입니다. 미 육군 항공대는 광학 전문 기업 바슈롬(Bausch & Lomb) 에 해결책을 의뢰했고, 연구진은 자외선과 적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짙은 녹색 렌즈(G-15)와 조종사의 넓은 시야를 사방에서 감싸는 물방울 모양의 금속테를 완성했습니다. 광선(Ray)을 차단(Ban)한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이 전설적인 브랜드가 바로 레이밴(Ray-Ban) 이며, 그들이 선보인 ‘에비에이터(Aviator, 조종사용)’ 모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트레이드마크로 널리 알려지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전후 1940년대부터는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이 촬영장의 눈부신 아크등 조명으로부터 충혈된 눈을 보호하고 파파라치를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면서, 군용 장비를 넘어 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의 상징이자 패션의 중심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에 에드윈 랜드의 편광(Polarized) 필터 기술과 유해 자외선을 99% 이상 차단하는 UV 코팅 등 첨단 광학 기술이 더해졌습니다. 극지방의 눈부심을 피하고 표정을 숨기려던 소박한 지혜에서 출발한 선글라스는, 오늘날 인간의 소중한 시력을 지키는 필수 광학 의료 기기이자 전 세계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패션 소품으로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