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도 (Play-Doh) Leave a comment

알록달록한 색깔과 부드러운 촉감으로 전 세계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점토 완구 플레이도(Play-Doh) 의 원래 정체는 장난감이 아닌 ‘벽지 청소용 점토’ 였습니다. 1930년대 초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비누·세제 제조업체 쿠톨(Kutol Products) 은 당시 난방용 석탄 연기로 인해 집집마다 벽지에 시커멓게 묻어나는 그을음을 닦아내기 위한 제품을 고민했습니다. 그들은 밀가루, 물, 소금, 붕산 등을 배합하여 벽지를 문지르면 먼지와 검댕을 쏙 빨아들이는 말랑말랑한 벽지 클리너를 개발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정용 난방 연료가 석탄에서 천연가스와 석유로 빠르게 교체되고, 물걸레로 쉽게 닦을 수 있는 비닐 코팅 벽지가 보급되면서 벽지 청소제 수요는 곤두박질쳤습니다. 회사가 파산 직전의 절체절명 위기에 놓였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은 창업자 가족의 형수이자 유치원 교사였던 케이 주팔(Kay Zufall) 이었습니다.

당시 유치원 아이들이 미술 시간에 쓰던 조형 찰흙은 굳으면 돌처럼 딱딱해지고 화학 약품 냄새가 심해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주팔은 우연히 창고에 쌓여 있던 무독성 벽지 청소 점토를 유치원으로 가져가 아이들에게 쥐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드럽고 말랑한 반죽에 열광하며 신나게 동물과 집을 빚어냈습니다. 주팔의 강력한 권유를 받은 조 맥비커(Joe McVicker)는 청소용 화학 세제 냄새를 걷어내고 바닐라 향과 알록달록한 식용 색소를 더한 뒤, ‘플레이도(Play-Doh, 놀이 반죽)’ 라는 친근한 이름을 붙여 1956년 완구 시장에 전격 출시했습니다.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방영되며 입소문을 탄 플레이도는 백화점과 장난감 매장을 순식간에 점령했고,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30억 캔 이상 판매되며 글로벌 완구 기업 해즈브로(Hasbro)의 대표 브랜드이자 미국 국립 장난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습니다. 사양 산업으로 사라질 뻔했던 벽지 청소제의 운명을 180도 뒤집어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빚어내는 창의성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킨 플레이도는, 용도 전환의 마법을 보여주는 가장 찬란한 역발상의 걸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