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 (Pas) / 외용 진통·소염 첩부제 (Medicated Plaster & Transdermal Patch) Leave a comment

뻐근한 어깨와 쑤시는 허리에 착 달라붙어 시원하고 후끈한 자극으로 통증을 잊게 해주는 파스는, 독일의 근대 의학 용어와 일본 제약사의 히트 상품명에서 출발하여 반세기 넘게 한국인의 고단한 노동과 근육통을 달래온 외용 첩부제이자 특정 브랜드의 줄임말이 통증 패치 전체를 가리키는 대명사로 굳어진 대표적인 상표의 보통명사화(Genericized Trademark) 사례입니다.

파스의 공식적인 의학·약학적 기술 명칭은 ‘첩부제(Plaster / 플라스타)’ 또는 수분을 머금은 ‘습포제(Cataplasm / 카타플라스마)’이며, 오늘날에는 약물이 피부를 통해 혈관으로 서서히 흡수되는 ‘경피흡수제(Transdermal Drug Delivery System, TDDS)’로 분류됩니다.

‘파스(Pas)’라는 고유한 명칭의 탄생과 국내 정착 뒤에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변천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 독일어 ‘플라스터(Pflaster)’ 어원: 서구 근대 의학에서 약물을 바른 헝겊이나 반창고 제형을 뜻하던 독일어 ‘플라스터(Pflaster)’에서 유래했습니다. 메이지 유신 시절 독일 의학 체계를 받아들인 일본에서 이 단어가 외용 약제를 일컫는 전문 용어로 도입되었습니다.
  • 1934년 히사미츠 ‘샤론파스(Salonpas)’의 탄생: 1934년 일본의 히사미츠(久光) 제약은 도포용 외용 소염제인 ‘살리실산메틸(Methyl Salicylate)’의 앞 글자 ‘살(Sal-)’과 첩부제를 뜻하는 독일어 ‘플라스터(Pflaster)’를 결합하여 세계 최초의 현대식 점착형 소염진통제 ‘샤론파스(Salonpas / サロンパス)’를 출시했습니다. 샤론파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가자, 대중 사이에서 긴 이름 대신 끝 글자인 ‘파스(パス)’만 떼어내 부르기 시작하면서 붙이는 소염제 전체를 통칭하는 약칭으로 굳어졌습니다.
  • 1959년 신신파스의 등장과 한국 국산화: 광복 이후 밀수입되던 일본산 샤론파스에 의존하던 시장 환경 속에서, 1959년 신신제약(창업주 이영수)이 순수 국내 기술로 한국 최초의 밀착포 파스인 ‘신신파스’를 개발·출시했습니다. 신신파스는 고된 육체노동과 관절통에 시달리던 서민들의 필수 상비약으로 자리 잡았고, 한국 사회 전반에서 제조사와 브랜드를 불문하고 붙이는 통증 치료제 자체를 “파스”라 부르는 확고한 언어적 문화가 완성되었습니다.

파스는 유효 성분과 물리적 작용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됩니다.

  • 쿨파스 (냉파스): 멘톨(Menthol)과 캄파(Camphor) 성분이 냉각 자극을 주어 국소 부위 혈관을 수축시키고 급성 염증과 부기를 가라앉힙니다. (초기 삔 상처, 멍, 타박상에 적합)
  • 핫파스 (온파스): 캡사이신(Capsaicin)이나 노닐산바닐릴아미드 성분이 온열 자극을 주어 모세혈관을 확장하고 혈류 순환을 촉진해 만성 결림과 통증을 완화합니다. (만성 관절염, 만성 근육 뭉침에 적합)

1990년대 이후에는 단순 멘톨 자극제를 넘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성분을 피부 깊숙이 일정하게 전달하는 한국 SK케미칼의 ‘트라스트(Trast)’, 한독의 ‘케토톱(Ketotop)’ 등 첨단 약물전달기술(DDS)을 접목한 신세대 관절염 치료 패치로 진화했습니다.

독일 의학 용어와 1934년 히사미츠 샤론파스의 혁신에서 출발해 한국 산업화 시절 서민들의 고단한 몸을 묵묵히 위로해 온 파스는, 일상의 통증을 가장 빠르고 간편하게 덜어내며 전 세대의 구급함과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불멸의 외용 소염진통 아이콘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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