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전 세계를 덮친 대공황의 한파 속에서 덴마크 빌룬트(Billund)의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Ole Kirk Christiansen) 은 건축 일감이 끊기고 공방마저 불타버리는 극심한 경영난에 직면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공방에 남은 자투리 나무로 정교한 목재 장난감(바퀴 달린 나무 오리, 트럭 등)을 깎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934년 그는 덴마크어로 “잘 놀다”라는 뜻의 ‘레그 고트(Leg Godt)’ 의 앞 글자들을 결합해 회사 이름을 ‘레고(LEGO)’ 로 명명했습니다. 우연히도 이 단어는 라틴어로 “함께 모으다, 조립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플라스틱 사출 성형 기술이 보급되자 올레는 나무 대신 플라스틱 블록 개발에 과감히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초기 플라스틱 블록은 단순히 위로 얹어놓는 방식이어서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무너져 내리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 결함을 완벽히 해결한 주인공은 그의 아들 고트프레드(Godtfred Kirk Christiansen) 였습니다. 그는 블록 윗면의 돌기(스터드)와 아랫면의 원통형 튜브(Tubes) 가 정밀하게 맞물려 딸깍 소리와 함께 단단히 고정되면서도, 아이의 손힘으로 손쉽게 분리되는 독창적인 결합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1958년 특허를 획득한 이 ‘스터드 앤 튜브’ 시스템이 바로 오늘날 전 세계인이 즐기는 현대 레고 브릭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레고의 진정한 혁신은 철저한 ‘무한 호환성(System of Play)’ 에 있습니다. 1958년에 제작된 초기 브릭과 오늘날 생산되는 최신 브릭은 100분의 1밀리미터(mm) 오차 범위 내에서 완벽하게 결합합니다. 기본 2×4 브릭 단 6개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의 수만 무려 9억 1,510만 개가 넘을 정도로, 레고는 단순한 완구를 넘어 사용자의 상상력을 무한히 현실로 구현하는 창의성 플랫폼으로 도약했습니다.
대공황의 폐허 속에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놀이를 선물하려던 한 시골 목수의 장인정신에서 출발한 레고는, 어린이부터 어른(키덜트)까지 세대를 초월해 영감을 불어넣는 완구 산업의 독보적인 황제이자 20세기 최고의 디자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