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샤브 (Shabu-shabu) Leave a comment

끓는 육수에 얇게 저민 고기와 신선한 채소를 살짝 담가 익혀 먹는 대표적인 온기 요리 샤브샤브(Shabu-shabu)의 탄생은 대륙의 오랜 야전 냄비 요리와 일본 오사카의 한 식당 주방에서 울려 퍼진 빨래 소리의 기막힌 만남에서 출발했습니다.

샤브샤브의 원형은 13세기 몽골 기마 군단이 철모를 냄비 삼아 끓는 물에 고기를 데쳐 먹던 방식에서 유래한 중국 베이징의 전통 냄비 요리 ‘슈안양러우(涮羊肉, 데친 양고기 요리)’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에 머물렀던 일본인 군의관과 민예 운동가들이 귀국 후 이 조리법을 일본에 소개하면서 쇠고기를 활용한 전골 형태로 변형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요리에 불멸의 생명력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1952년 오사카의 유명 쇠고기 요리 전문점 ‘스에히로(スエヒロ)’의 사장 미야케 쓰네오(三宅忠夫)였습니다. 당시 일본인에게 낯설고 냄새가 강했던 양고기 대신 최상급 쇠고기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은은한 다시마 육수에 살짝 데쳐 참깨 소스에 찍어 먹는 독자적인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요리의 이름을 고민하던 미야케는 어느 날 식당 주방에서 한 종업원이 대야에 담긴 물에 행주를 찰랑찰랑 헹구는 소리인 ‘샤브샤브(しゃぶしゃぶ, 첨벙첨벙·찰랑찰랑)’를 듣고 번뜩이는 영감을 얻었습니다. 젓가락으로 얇은 고기를 집어 끓는 육수 속에서 두세 번 살살 흔들어 익히는 동작과 소리가 마치 물속에서 천을 헹구는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직관이었습니다.

1955년 미야케는 ‘샤브샤브’를 정식 상표로 등록했으나, 건강한 식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상표권을 독점하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습니다. 기름기를 쏙 빼 담백하면서도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려내는 샤브샤브는 순식간에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대륙의 험준한 야전 식량에서 출발해 주방의 찰랑거리는 물소리를 포착한 한 요식업자의 감각적인 작명으로 완성된 샤브샤브는, 식탁 위에서 나누는 따뜻한 대화와 웰빙 식문화를 상징하는 가장 대중적인 글로벌 전골 요리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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