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 (Cotton Candy / Fairy Floss) Leave a comment

입안에 넣자마자 구름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는 달콤함의 대명사 솜사탕의 탄생 뒤에는, ‘치과의사가 개발한 설탕 덩어리’라는 기막힌 아이러니가 숨어 있습니다. 1897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치과의사였던 윌리엄 모리슨(William Morrison) 은 제과업자 친구 존 C. 와튼(John C. Wharton) 과 함께 설탕을 가열해 미세한 실 형태로 뽑아내는 전동 회전 장치를 세계 최초로 발명했습니다. 가열 보울 속에서 녹은 액체 설탕이 고속 원심력에 의해 미세한 구멍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차가운 공기와 만나 순식간에 섬세한 실타래로 굳어지는 원리였습니다.

이 혁신적인 기계식 솜사탕이 전 세계 관람객 앞에 첫선을 보인 무대는 바로 1904년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였습니다. 두 사람은 공기처럼 가볍고 환상적인 이 디저트에 ‘요정의 솜실’이라는 뜻의 ‘페어리 플로스(Fairy Floss)’ 라는 이름을 붙여 작은 나무 상자에 담아 판매했습니다. 당시 솜사탕 한 상자의 가격은 25센트로 박람회 전체 입장료(50센트)의 절반에 달할 만큼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박람회 기간 동안 무려 68,655상자가 팔려나가는 전설적인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1920년대에 이르러 또 다른 치과의사였던 조지프 라스코(Josef Lascaux)가 기계를 한층 더 개량하며 부드러운 목화솜을 닮았다는 뜻의 ‘코튼 캔디(Cotton Candy)’ 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것이 오늘날 전 세계적인 표준 명칭으로 굳어졌습니다.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초기 명칭인 ‘페어리 플로스’를 사용합니다.)

환자들의 충치를 치료하던 치과의사의 손에서 출발해 만국박람회의 뜨거운 환호 속에서 피어난 솜사탕은, 공기와 설탕이 빚어낸 찰나의 마법을 통해 백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 세계 유원지와 축제 거리에서 동화 같은 설렘과 낭만을 선물하는 가장 달콤한 박람회의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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