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수백 배에 달하는 단맛을 내면서도 열량이 거의 없어 인류 최초의 인공감미료로 기록된 사카린(Saccharin) 의 발견은 연구원의 ‘씻지 않은 손’에서 비롯된 기막힌 세렌디피티였습니다.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화학 연구실에서 독일 출신 화학자 콘스탄틴 팔베르크(Constantin Fahlberg) 는 지도교수 아이라 렘센(Ira Remsen)과 함께 석탄 타르(콜타르)에서 추출한 화학물질들의 유도체 반응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복잡한 유기 화합물 합성에 몰두하던 팔베르크는 실험을 마친 뒤 손을 제대로 씻지 않은 채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식사 도중 빵을 집어 베어 문 그는 빵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기분 좋은 단맛이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빵집 주인이 빵에 설탕을 과하게 넣었는지 의아해하며 입술과 손가락을 핥아본 그는, 단맛의 근원이 빵이 아니라 실험 도중 자신의 손가락에 묻은 화학물질 잔여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충격을 받은 팔베르크는 그 길로 실험실로 달려가 그날 다루었던 비커와 플라스크 속의 합성 물질들을 일일이 맛보는 위험한 확인 작업을 거쳤습니다. 마침내 톨루엔 유도체 물질인 ‘오르토-설포벤조산 이미드’가 설탕보다 무려 300~500배나 강한 단맛을 낸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는 라틴어로 설탕을 뜻하는 ‘사카룸(Saccharum)’에서 이름을 따 이 물질에 ‘사카린(Saccharin)’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카린은 설탕 생산량이 급감했던 제1차·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 세계의 극심한 설탕 부족 사태를 메워주는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이후 체내에서 대사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어 칼로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필수 대체 감미료이자 현대 다이어트 식품 산업의 문을 연 위대한 물질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실험 후 손을 씻지 않고 식사했던 사소한 부주의가 당대 귀한 사치품이던 단맛을 인류 누구나 저렴하게 누릴 수 있도록 바꾼 화학사의 극적인 순간이었습니다.